니카 상.

오사카에는 글리코 상이 있다면 삿포로에는 니카 상이 있다.

스스키노 초입 부부터 반겨주는 친근한 형씨.

눈 축제기간이라 스스키노 골목에도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조각 만드는 시연 작업.

조각상은 얼음을 층층이 쌓고 전기톱으로 갈아서 만드는 것이었다.

늦은 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거리.

어느 골목을 두고 찍어도 일본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지나가던 도중 들른 라멘 골목.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회전율도 빠르나 왠지 모르게 여기서 먹기가 싫었다.

이유는 기억이 안난다.

오도리 공원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노르베사.

짠내투어에서 박나래 씨가 왔었던 곳이라고 한다.

한번 들어오면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다나.

2층은 주로 굿즈 샵. 

대중적으로 유명한 만화들부터 밀리터리, 코스프레 등 매니아층을 겨냥한 코너도 있었다.

만화, 영화, 음반, 굿즈, 보드게임 등등

가볍게 아이쇼핑만해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각 잡고 쇼핑하러 오면 다이소 갈 때처럼 하루 종일 눌어붙어있을 자신 있다.

한 층 자체가 빠칭코 및 오락기기로만 차있다.

후에 다른 곳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어딜 가도 빠칭코 내지는 오락기기들로만 구성되어있는 층이 항상 있었다.

시골 피시방에 줄담배를 피면서 죽치고 있는 아재들처럼 여기는 나이가 꽤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보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부담 없는 가격에 탈 수 있었던 관람차. 삿포로엔 단 한대뿐.

들어올 때는 화창했는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저 멀리 작게 보이는 니카 상. 스스키노의 초입이자 삿포로의 글리코 상 같은 아이콘. 

조금 더 있다 들를 예정이다.

노르베사 바로 앞에 있던 카페 랑방. 다리도 쉴 겸 들른 곳.

가격대는 조금 있지만 여타 다른 한국 카페들과 크게 차이 나진 않는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서 커피 한잔 하고 싶다면.

들어갈 땐 화창했는데 나와보니 까맣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아이쇼핑만 해도 노르베사에 올 가치가 충분하다.



눈송이 하나 없는 겨울.

해가 지날수록 무섭게 치솟는 여름의 열기와, 열기가 사그라들 때 즈음부터 다시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3개월 동안 지내야 했던 나에게 작년 여름은 너무나도 길었고, 힘들었다. 

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나에게 저번 겨울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황야와도 같았다.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에게는 눈꽃하나 보기 힘든 삭막한 겨울은 결코 내가 기다려온 것이 아니다.

 

 

덕분에, 살다가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먹은 지 36시간도 채 안됬을 때 이미 나는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싣은 후 였다.

아마, 작년 겨울에 눈이 평소대로 펑펑왔으면 나는 앞으로도 꽤 긴 시간 동안 일본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평소 '일본'하면 가보고는 싶지만, 바로 옆나라니까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일본 갈 시간과 돈과 기회가 있으면 다른 나라들을 가보자' 하는 것이 나의 주요 마인드였으니깐.

 

 

삿포로 여행 이후 귀국한 지 4달째를 향해 가고 있다.

점점 더 날이 더워지는 요즘, 지난 추억들을 가끔씩 곱씹으며 회상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수록, 손에 힘을 꽉 쥐어도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기억들이 희미해져만 간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여행, 그러나 어느 때보다 '여행' 그 자체를 즐긴 소중한 추억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중에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양분을 만들기 위해.

여행 후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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