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토세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반겨주는 도라에몽.

급히 오는 일정이라 빼놓고 온 것들이 많은데, 유심칩도 그중 하나다.

공항에서 구할수는 있었으나, 5일 사용에 5만 원 정도. 무조건 한국에서 사 가지고 가도록 하자.

역 중간에서 팔던 상품들

지하철이 움직이면서 이는 칼바람에도 끄떡없다.

뭐하는 구멍인가, 했는데 옆 사람이 표를 꽂아놓길래 그제서야 이 칸의 목적을 알았다.

정말이지, 미리 알아가는 것보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와닿는 것들은 무언가 다르다.

별거 아닌데도 신기하고 재밌다.

삿포로 역으로 가던 길 중 배경이 너무 이뻐서 찍은 이름모를 도로.

그냥 눈만봐도 즐거웠다.

삿포로 역 정문

홋카이도의 입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

짐을 풀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삿포로 TV 타워.

옛날에 만들었던 부품 그대로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새삼 놀란 곳.

타워 앞에서는 여고생들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미동도 없이 관상만 하는 일본인들의 관람 방법이 어색하게 느껴진 곳.

삿포로 시계타워를 올라가는 데에는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성인 기준 만원 조금 안됬던 걸로 기억.

화창한 겨울날, 삿포로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

확실히 삿포로는 계획도시가 맞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곳. 

어딜봐도 격자식으로 도로가 나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삿포로 돔.

오도리 공원 방향.

에펠탑 꼭대기 뷰 이후로 도시의 정갈함에 설렌 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새하얀 겨울왕국과 화창한 하늘의 조합은 언제나 가만히 있어도 설렌다.

밑에서는 스노보드와 스키 선수들의 묘기 콘테스트가 열리고 있었다.

내려갈 때는 원래 올라온 것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특별 무료 이벤트라며 계단으로 내려가 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뒤도 안 보고 걸어 내려왔다.

안전상 문제 때문에 철조망으로 갇혀있지만 그래도 특별한 경험.

유명한 캐릭터인 미쿠가 삿포로에 있는 만화회사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만화가 유명하고 대중적이라고 해도 만화 캐릭터가 눈 축제 초입에 떡하니 크게 있어 예상외로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름도 모르는 만화 캐릭터들 천지.

이후 길목마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자기가 아는,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눈 축제의 묘미.

진짜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피카츄와 포켓몬스터가 언제 등장하나, 끝자락까지 안 나오길래 내심 실망을 많이 했는데 가장 마지막 코너에 있던 피카츄. 아마도 진 주인공의 역할이 아니지 싶다. 

코스 중간중간마다 간이식당들이 있었다.

가격은 싼 편은 아니지만 눈 축제장에서 부담 없이 몇 개 집어먹기 좋은 정도.

근데 사실 맛은 구태여 돈 주고 사 먹을 맛은 아니다.

어느 축제장이나 그렇겠지만.

이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노르베사로.



눈송이 하나 없는 겨울.

해가 지날수록 무섭게 치솟는 여름의 열기와, 열기가 사그라들 때 즈음부터 다시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3개월 동안 지내야 했던 나에게 작년 여름은 너무나도 길었고, 힘들었다. 

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나에게 저번 겨울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황야와도 같았다.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에게는 눈꽃하나 보기 힘든 삭막한 겨울은 결코 내가 기다려온 것이 아니다.

 

 

덕분에, 살다가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먹은 지 36시간도 채 안됬을 때 이미 나는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싣은 후 였다.

아마, 작년 겨울에 눈이 평소대로 펑펑왔으면 나는 앞으로도 꽤 긴 시간 동안 일본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평소 '일본'하면 가보고는 싶지만, 바로 옆나라니까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일본 갈 시간과 돈과 기회가 있으면 다른 나라들을 가보자' 하는 것이 나의 주요 마인드였으니깐.

 

 

삿포로 여행 이후 귀국한 지 4달째를 향해 가고 있다.

점점 더 날이 더워지는 요즘, 지난 추억들을 가끔씩 곱씹으며 회상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수록, 손에 힘을 꽉 쥐어도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기억들이 희미해져만 간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여행, 그러나 어느 때보다 '여행' 그 자체를 즐긴 소중한 추억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중에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양분을 만들기 위해.

여행 후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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