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하나 없는 겨울.

해가 지날수록 무섭게 치솟는 여름의 열기와, 열기가 사그라들 때 즈음부터 다시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3개월 동안 지내야 했던 나에게 작년 여름은 너무나도 길었고, 힘들었다. 

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나에게 저번 겨울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황야와도 같았다.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에게는 눈꽃하나 보기 힘든 삭막한 겨울은 결코 내가 기다려온 것이 아니다.

 

 

덕분에, 살다가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먹은 지 36시간도 채 안됬을 때 이미 나는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싣은 후 였다.

아마, 작년 겨울에 눈이 평소대로 펑펑왔으면 나는 앞으로도 꽤 긴 시간 동안 일본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평소 '일본'하면 가보고는 싶지만, 바로 옆나라니까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일본 갈 시간과 돈과 기회가 있으면 다른 나라들을 가보자' 하는 것이 나의 주요 마인드였으니깐.

 

 

삿포로 여행 이후 귀국한 지 4달째를 향해 가고 있다.

점점 더 날이 더워지는 요즘, 지난 추억들을 가끔씩 곱씹으며 회상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수록, 손에 힘을 꽉 쥐어도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기억들이 희미해져만 간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여행, 그러나 어느 때보다 '여행' 그 자체를 즐긴 소중한 추억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중에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양분을 만들기 위해.

여행 후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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