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비에이 시내에 들려 자율적으로 점심시간을 가졌다.

내가 고른 메뉴는 에비동과 비에이 사이다 한정판.

둘 다 무난 무난한 맛. 관광지에서 한 끼 때우기 적당하다. 

가격도 부담되지 않는 편.

비에이 중심도로

비에이 역 앞 관광안내소에서는 비에이 마을을 축소한 모형을 볼 수 있다.

대략적인 지리를 알 수 있는 곳.

비에이를 베이스로 한 여러 사진작가들의 작품들 또한 볼 수 있다.

비에이에 있는 여러 특별한 나무들을 버스를 타고 둘러볼 수 있었다.

마일드 세븐 트리는 땅 주인이 베어 이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눈밖에 없는 허허벌판에 겨울이라 잎이 다 떼 진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사실 별로 볼 것이 없다.

유일하게 건진건 바로 이 크리스마스트리.

마침 또 옅은 눈보라가 낀 덕에 인생 샷을 건졌다.

이후 들른 곳은 닝구르 테라스.

조각가 내지는 아티스트들이 수작업을 만든 공방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구경이 자유인 곳도 있고, 구매해야지만 출입할 수 있는 곳도 있는 등 각 공방마다 정해진 규칙이 있으니 분위기를 살피면서 관람할 것.

눈이 정말 펑펑왔다. 모자를 안쓰면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

닝구르 테라스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걸어서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다.

주변 호텔과 골프장, 주차장, 전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혼동할 수 있으니 조심.

딴 길로 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니 가운데 큰길로만 걷자.

뚜벅이 여행으로 왔기 때문에 비에이와 후라노 지역은 일일 버스투어로 다녀왔다.

삿포로에 여행 온 이후로 처음으로 한국인을 만난 곳. 이상하게 별거 아닌데 어색했다.

여행 당일 날씨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정이 변경되는데, 굵직한 곳이 아니고서는 가이드 재량에 따라 현재 날씨에 맞는 가장 최적의 장소로 데려다준다.

가장 먼저들른 곳은 흰 수염 폭포.

물 색깔이 지리산 하산길의 작은 호수들을 떠오르게 할 만큼 아름다운데, 사실은 폭포 바로 위 료칸에서 흐르는 화학성분이 가미되어 나온 색깔이라고 한다.

강물의 색깔 때문에 얼마전에 한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의 헤이겐 산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자작나무 숲길을 걸어가다보면

청의 호수 거기 맞다.

청의 호수라고 불리우는 아오이 이케를 볼 수 있다.

맥북의 배경화면으로도 사용되어 매우 인기가 많은 스팟이나,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만 유지된다. 봄~여름에 와야 진면목을 발휘하는 곳...이나 사실 청의 호수의 물 색깔도 인위적으로 화학성분을 넣어서 만들어낸 색이라고 한다.

다음 행선지는 탁신관.

이 날 들렀던 코스들 중에 가장 좋았는데, 탁신관이 좋은 게 아니라 탁신관 뒤편 정원과 도로 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배경도 이쁜데 이 날따라 이쁜 눈보라가 밀어닥쳐서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잘 찍혔다.

보이는 것보단 덜 추웠다.

오히려 눈을 맞으면 더 포근한 느낌. 

오타루 역 근처 상가들.

역 부근에 도착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배도 출출해지기 시작해 들른 곳은 -

나루토.

닭다리 튀김과 미소국, 밥이 같이 나와 치밥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짠내투어에서 박나래 씨가 찾아와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만 내가 갔을 땐 나를 제외하고는 100% 현지인들 뿐이었다.

정면에서 본 모습은 이렇다.

점심특선으로 구매하면 약 만원 정도 되는 금액으로 이 정도를 먹을 수 있다.

양이 적은 사람의 경우 반마리만 시키는 것이 좋을 수 도 있다.

맛도 좋고 가격대도 좋지만 유일하게 걸리는 것은 식당 내에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

옆자리 아저씨가 식사를 마친 후 담배값을 쥐었을 때 불안불안한 마음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의식했는지, 밖에 나가서 피워서 다행이었다.

입구 쪽에 있는 1인용 선반에서 주로 모여서 피는 것을 볼 때 나름대로 무언의 규칙이 있는 듯하다.

밥을 먹고 나오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다시 향할 곳은 오타루 역.

다음 목적지는 저 멀리 보이는 텐구산 전망대이다.

오타루 역 앞 버스표 판매대에서 텐구산 전망대 왕복 티켓을 끊으면 전망대 케이블 카 값+우표+양초를 세트로 주는 이벤트를 권유하길래 구매했다. 

기존 버스 금액에서 약간 더 추가되긴 했으나 여전히 싼 편.

버스 타고 약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곳.

기본적으로 스키장으로 운영이 되고. 정상에 있는 카페테리아 근처에 전망대가 따로 있다.

정상에 저 이글루 안에 들어가면 케이블카를 타기 전 나눠준 양초를 가지고 글씨를 써서 놓아 기도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추워서 손도 얼고 DSLR 카메라마저 추워서 초점이 잘 안 잡히기 시작했다.

겨울에 이곳에 오려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오기를.

전망대 정상에서 보는 뷰는 이렇다.

삿포로 여행 중에 유일하게 카메라가 제대로 담지 못한 사진이다. 실제로 봤을 때의 반의 반도 못 담았다.

 

옅은 눈보라가 안개처럼 껴있었고, 그 눈보라들이 각자 다른 농도로 골목골목마다 흩뿌려져 있어 가로등에 비치는 색깔이 제각기 달라서 장관을 이룬다.

 

오타루 왔으면 꼭 한번 들르길 추천하는 곳.  야경이 아니더라도 낮에 와도 좋을 법하다.

 

날이 추우면 안에 카페테리아에 들어가서 쉬어도 좋다. 내부에는 스키 관련 작은 박물관도 있다.

단, 1인 1 주문이 필수이니 염두하고 갈 것.

눈송이 하나 없는 겨울.

해가 지날수록 무섭게 치솟는 여름의 열기와, 열기가 사그라들 때 즈음부터 다시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3개월 동안 지내야 했던 나에게 작년 여름은 너무나도 길었고, 힘들었다. 

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나에게 저번 겨울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황야와도 같았다.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그토록 기다려왔던 나에게는 눈꽃하나 보기 힘든 삭막한 겨울은 결코 내가 기다려온 것이 아니다.

 

 

덕분에, 살다가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먹은 지 36시간도 채 안됬을 때 이미 나는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싣은 후 였다.

아마, 작년 겨울에 눈이 평소대로 펑펑왔으면 나는 앞으로도 꽤 긴 시간 동안 일본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평소 '일본'하면 가보고는 싶지만, 바로 옆나라니까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일본 갈 시간과 돈과 기회가 있으면 다른 나라들을 가보자' 하는 것이 나의 주요 마인드였으니깐.

 

 

삿포로 여행 이후 귀국한 지 4달째를 향해 가고 있다.

점점 더 날이 더워지는 요즘, 지난 추억들을 가끔씩 곱씹으며 회상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수록, 손에 힘을 꽉 쥐어도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기억들이 희미해져만 간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여행, 그러나 어느 때보다 '여행' 그 자체를 즐긴 소중한 추억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중에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양분을 만들기 위해.

여행 후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 Recent posts